표지: Josep Renalias(wikipedia), 2008
1888년 지어진 구엘 저택Palau Güell은 연회 목적에 특화된 구엘 가문의 저택이다. 이 저택은 독특한 구조와 장식 그리고 ‘열린 평면’이라는 혁신적인 조형성을 담고 있는 가우디의 초기 대표작이다.
구엘 저택의 건설
에우세비의 아버지 조안 구엘은 람블라 37번지, 구엘 저택이 건설될 부지 인근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에우세비 구엘은 1871년에 이사벨 로페스 이 브루와 결혼했고, 1874년에는 포르타페리사 길의 팔라우 팔메롤라로 이주했다. 그러나 1883년 법적 분쟁으로 이 건물을 떠나야 했고, 이후 람블라에 있던 아버지 건물로 이사하며 인근의 건축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새로 집은 집은 기존 람블라 주택과 뒷뜰을 통해 연결되었다.
에우세비 구엘은 처남인 코미야스 후작 소유의 팔라우 모하 못지않은 멋진 저택을 갖고 원했고, 전통적인 카탈루냐 귀족 저택의 형태를 따르지만, 한편으론 어디서도 보지 못한 혁신적인 모습을 원했다.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가우디가 설계한 쿠메야 장갑가게의 전시대를 본 에우세비는 가우디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구엘은 가우디의 주요 의뢰인이자 친구로 평생 우정을 이어가게 되었다.
공사는 1886년 11월 시작되어 내부 장식은 1890년까지 이어졌지만 1888년 이미 준공 허가를 받아 사용했다. 준공 시점은 1888년 만국박람회와 맞물려 있어서 이 행사 기간 동안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섭정 마리아 크리스티나,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1세,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가우디의 오른팔인 프란세스크 베렝게르가 외벽 디자인에 관한 20개 이상의 대안을 설계했고, 프란체스크 비달 이 제베이는 가구와 일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맡았으며, 돌 작업은 아스토르가 주교 궁전과 구엘 공원에서 작업한 바 있는 아구스티 마시프가 담당했다. 철제 장식은 조안 오뇨스와 동료들이 제작했다. 동쪽에 위치한 벽에는 알레이시 클라페스가 헤라클레스와 헤스페리데스의 이야기를 그렸으나 현재 소실되었다.
가우디가 열린 평면을?
구엘 저택 공간의 주인공은 본 층1 한가운데 위치한 살롱이다. 가우디는 살롱의 네 모서리를 열어 이 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공간의 유동성을 드러내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서리는 공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닫혀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모서리가 열린 공간은 공간 사이의 경계가 흐릿하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흐름과 연결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구엘 저택 본 층 살롱의 열린 네 모서리들은 근대 건축의 전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소로 평가할만하다.
보통 열린 평면의 저작권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2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라이트의 대표작인 로비 하우스보다 약 20년 앞선 시기에 건축된 구엘 저택에는 이미 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내외부 공간의 연속성과 유기적 흐름을 강조하는 열린 평면의 개념이 들어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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