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도시계획의 실험 한가운데 있었던 건축가
19세기 후반, 바르셀로나는 근대 도시계획의 실험장이었다. 1878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가우디는 대규모 도시개발이 한창이던 시기에 활동하며 새로운 도시에 걸맞은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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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도시의 확장
19세기 중반의 급격한 산업화는 자연스럽게 급격한 도시화로 이어졌고, 스페인 산업을 이끌던 항구도시 바르셀로나가 그 선봉에 섰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도시는 여전히 중세 성곽으로 둘러싸여 확장이 어려웠다. 살인적 인구밀도로 슬럼화, 전염병 같은 도시 문제들이 심각하게 일어났고, 혼란이 커지자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성곽 철거를 포함한 바르셀로나의 개조 확장을 미룰 수 없었다.
거듭된 요구에도 바르셀로나가 확장되지 못한 배경에는 정치적 요인도 있었다. 18세기 스페인 왕위계승전쟁La Guerra de Successió에서 카탈루냐는 중앙정부에 저항했고, 이로 인해 패전 후 억압을 받았다. 이같은 억압의 상징인 시우타데야 성채La Fortalesa de la Ciutadella가 도시 한편에 세워졌고, ‘역모의 도시’ 확장을 가로막는 성곽이 오랫동안 존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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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년 바르셀로나 시는 성벽 철거가 산업에 미칠 혜택에 관한 공모전을 열었다. 페라 몬라우 박사Pere Felip Monlau는 도시의 밀도를 낮추어 보건 위생을 확보하자는 제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결국 바르셀로나 성벽은 1854년부터 1881년까지 점진적으로 철거되었다. 1868년 혁명 이후, 억압의 상징이던 시우타데야 성채가 철거되었고 1888년에 바로 이 자리에서 스페인 최초의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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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확장에는 도시계획가 일데폰스 세르다Ildefons Cerdà가 제안한 격자 도시구조가 채택되었다. 각 변이 113.3미터인 정사각형 블록과 20미터 폭의 도로로 구성된 이 계획의 특징은 엄격한 위계나 중심이 없는 무한히 확장가능한 도시 구조였다. 이 신시가지는 “확장”이라는 뜻의 에이샴플라 Eixample(카탈루냐어) 혹은 엔산체Ensanche(스페인어)로 불린다. 도시 확장이전에 이미 성벽 바깥에 있던 산츠, 그라시아, 클롯, 산 안드레우, 라 야쿠나 같은 마을들도 시에 편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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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 구조는 건축의 변화를 요구했다. 에이샴플라의 블록은 좁고 긴 도시 주택들로 구성되었으며, 옆집과 합벽을 공유했다. 이로 인해 환기는 앞뒤로만 가능했고, 건물 가운데 부분은 최소한의 채광과 환기를 위해 숨구멍을 뚫어야 했다. 특히 모퉁이에 위치한 샴프라xamfrà, 스페인어로 차플란chaflán는 뒤쪽으로 창문을 낼 수 없어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가우디의 밀라 주택Casa Milà는 이러한 모퉁이 땅에 지어졌다. 철골 구조를 부분적으로 활용한 이 건물은 자유로운 평면 설계가 가능했으며, 에이샴플라 블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1세기가 흐르는 동안 도시 환경은 크게 변했고, 이에 따라 도시 구조에도 수정이 필요해졌다. 본래 계획에서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남아야 했던 블록의 안뜰은 점차 사유화되었다. 또, 세르다의 시대에는 없던 자동차가 등장하며 교통 혼잡, 안전 문제, 주차 문제 등 새로운 도시 문제가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구조의 보완이 요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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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수페리야 바르셀로나Superilla Barcelona 계획을 도입했다. 도시 생태학자 살바도르 루에다Salvador Rueda가 제안한 이 계획은 기존의 도시 블록을 3×3 단위로 묶고, 내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교통량을 줄이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공간을 확대하며, 공공 공간과 녹지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페리야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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