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라이트, 르코르뷔제 그리고 미스

‘모데르니스마 카탈라’. 19세기말 카탈루냐의 모더니즘을 말하는 이 분류로는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도 모더니즘으로 분류된다. 뜻밖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보통 모더니즘이라고 하면 ‘1920-3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이라는 새로운 건설체계에 의한, 주로 비누곽처럼 백색 상자인 르코르뷔제나 박스가 해체된 미스 판 데어 로에 류의 건축’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이 두 건축가의 건축도 굉장히 달라서 나도 대학 다닐 때 어떻게 이들이 같은 ‘양식’으로 묶이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에 만든 강의안을 보니 르코르뷔제 건축에 고전적인 부분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15세기 투시도법이 정립되고 2차원을 다루던 회화는 3차원 입체 공간을 ‘과학적 방식을 통해 실제와 같이 담으려고’ 무지 애를 썼는데, 반대로 입체 공간을 다루던 건축은 오히려 비례와 균형을 따지기 좋은 표면, 즉 2차원의 것들에 여전히 많은 관심을 보여왔으니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자유로운 입면’, ‘규준선’이라는 테마 아래 표면과 비례의 이슈는 르코르뷔제 건축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실제로 그의 책 ‘건축을 향하여’ 장제목 중에도 ‘볼륨’과 ‘표면’이 등장한다) 르코르뷔제의 규준선도 결국 볼륨의 표면 위에 그려지는 것이다. 해체된 박스를 만들어가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나 데스틸 운동의 건축가들, 미스 판 데어 로에의 건축은 순수한 볼륨을 만들어가는 르코르뷔제의 건축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미스의 주된 표현 매체 중 하나인 ‘콜라쥬’는 이차원적 성격을 갖고 있다. 질감과 패턴, 색이 강조된 콜라주의 그 면들은 안정감 없이 붕 떠있고, 그 어떤 다른 건축 요소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처엄 보인다.

내일은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이 이루어낸 새로운 건축을 살펴본다. 가우디가 사망한 것이 1926년, 르코르뷔제와 미스의 대표작들이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이 1930년이니 시간적으로 대단히 멀리 있는 건축가들도 아니다. 두번째 강의는 일단 르코르뷔제의 책 ‘건축을 향하여’를 한 열장 정도 같이 살펴보고, 신조형주의 쪽으로는 데 스틸부터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랑 낙수장 찍고 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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