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으로 남겨진 구엘 공장단지 성당은 가우디 연구자들에겐 ‘성가정 성당의 1/4 구조 모형’이라고 불린다. 이 성당은 구엘 공원과 베예스구아르드에서 시작된 기울어진 기둥의 구조적 합리성에 관한 가우디의 실험이 처음으로 ‘내외부 공간을 갖는 온전한 건축물’로 완성된 건물이다. 1910년, 가우디는 프랑스 파리의 보자르 예술회관에서 처음 국외 건축전시를 하게 된다. 파리가 본래 구조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고딕 건축의 발상지임을 감안하면, 가우디가 다시 그려 전시한 이 도면들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아래 사진은 당시 전시된 구엘 공원 부분인데, 사진상 벽면의 중앙 하단 오른쪽에 위치한 도면을 확대하여 한번 살펴볼까한다.
오늘날 관광객들은 구엘 공원에서 도마뱀 조각분수와 그리스식 광장의 벤치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정작 건축가 본인은 이곳 포르티코의 기울어진 구조체가 갖는 구조적 합리성과 역동적인 모양새를 자랑하는데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도면 뿐 아니라 그 주변에 배치된 사진과 도면도 대부분 이 새로운 구조 방식에 대한 자료들로 채워졌다.
건축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가우디가 그린 이 도면의 의미를 알기 어려울 것이다. 아래 도면은 구엘 공원에 있는 포르티코1의 단면인데, 빗면으로 채워진 구조물 위에 화살표로 그려진 것이 바로 힘, 즉 하중의 흐름이다. (화살표의 길이가 길수록 강한 힘이 걸리는 부분이다) 구조적으로는 우리가 흔히보는 경사지의 옹벽과 같은 상황이다. 옹벽에서 하중은 수직이 아니라 기울어진 상태로 들어온다. 그 힘을 받기에는 똑바로 선 기둥보다는 기울어진 기둥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힘의 흐름과 함께 그려진 이 단면’이 설명하고자 하는 바다.
1900년부터 1910년 사이 가우디는 건축에서 기울어진 기둥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실험을 계속한다. 구엘 공원과 베예스구아르드에서 기울어진 기둥이 투박한 모양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곳들은 야외에 있었다. 야외에 있던 기둥들은 외벽과 결합될 필요도 없었고, 창을 어떻게 내야 빗물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었기에 건축적으로는 비교적 쉬운 과제였다. 그러다가 외벽이 둘러쳐진 내외부 공간을 갖는 건축물로 완성된 곳은 구엘 공장단지 내 성당이 처음이다.
기울어진 기둥은 얼마나 기울어져야 할까? 두 개의 기울어진 기둥이 서로 어떻게 의지할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제였겠지만 기울어진 기둥 수십 개가 몇 개의 층에 걸쳐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상태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우디는 계산을 도와줄 ‘다중 현수선 구조 모형’을 창안했다. 가우디는 천장에 평면을 기입하고 평면상 기둥이 있는 곳마다 현수선을 달아매어 이 모형은 만들었고, 기둥의 길이나 아치의 높이 등 다양한 치수를 대입하면서 만들어지는 형태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모형은 실제 크기의 1/10인 4미터 높이로 만들어졌다.
신랑 좌우로 측랑이 2열 배치되고 기울어진 기둥들이 서로 기대어 있는 형상 등을 보면 성가정 성당과 구엘 공장 단지 성당의 구조 체계는 비슷한 구석이 많지만, 가우디는 공장단지 성당의 경험을 통해 기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구조물 건설의 어려움을 겪고, 성가정 성당에서는 더 엄밀한 기하학적 분석을 통한 건설을 추구하게 된다.
Leave a Reply